반응형
스케일링을 받았는데 사랑니가 하나 나오고 있어서 진단용 엑스레이를 찍는 게 좋겠다는 말에 엑스레이를 찍으러 갔다. 교정할 때도 두어 번 갔었던 곳이라 정말 오랜만에 갔는데 나를 알아봐 주셨다. 예전에도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유난히 보라색이 많이 보이던 대기실. 블라인드랑 의자, 그리고 직원분이 입고 계시는 가운과 의자에 걸쳐 있는 카디건까지!! 보라색이 톤을 잘못 선택하면 정말 촌스러운데 다 예쁘더라. 흔치 않은 보라색의 홍수 속에서 눈호강 좀 하고 있다가 입을 뗐다.
- 보라색을 좋아하시나 봐요? 보라색이 많이 보이네요.
- 네, 이전엔 남색을 좋아했는데 어느새 보니 다 보라색이에요.
- 어? 저도 그래요!! 그냥 어느 날 보니 제 물건이 다 보라색이더라고요.
웃으며 데스크탑 모니터를 살짝 돌려 보여주더라. 역시 연보라색. 극한 공감 속에 터져버린 수다에 인테리어 이야기까지...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예전엔 남색, 하늘색, 핑크를 정말 좋아했는데...
어느 날 어학원에서 보니 가방에서부터 필통, 내가 입고 있던 니트, 부채까지 다 깔맞춤이었던 거. 남들이 보고 진짜 웃겼겠다. 가방 색에 니트 색이 묻혀서 보호색이었음. 아무 생각 안 하고 입고 나간 거였는데 말이다.
고등학교 때 보라색을 너무 좋아해 별명이 보라돌이인 선생님이 계셨다. 이제야 선생님의 보라색 사랑을 이해하게 된 건가?
다른 색들과 다르게 보라색은 마성의 색이다. 뭔가 인지하기도 전에 빠져들어 버리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