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 가게 Salvador.
말라가에 온 후로는 시간이 많이 생겨서 시장을 자주 가게 됐다.
어디가 좋은 지 모르니 처음에는 제일 중앙에 있고 종류가 많은 가게를 다녔었는데
지금 보면 딱 관광객들에게 눈에 띄어서 외지인들만 가는 가게.
나도 관광객의 시선으로만 봤었나 보다.
말라가에서 망고와 아보카도를 키우는데도 수입한 망고와 아보카도가 있는...
게다가 난 식당이든 어디든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을 위주로 가는 습관이 있다.
그 후로 조금씩 적응하면서 시간대가 여기 사람들 시간대에 맞춰지고,
현지인들의 행동이 더 눈에 띄게 됐는데
아줌마들이 주로 가는 가게가 보이기 시작했다.
완전히 구분되더라 관광객들이 가는 가게와 현지인들이 가는 가게로.
그래서 그때부터 쭉 몇 해동 안을 그 가게만 간다.
크게 바뀌는 품목도 없고 다른 가게에 비해 종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항상 맛있고 싱싱한 제철 야채와 과일이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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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말라가에서 산 지 1 년도 안 되었을 때라 말도 설고 아직 모든 게 낯설 때였다.
시간이 많으니 냉장고에 가득 쟁여 놓지 않고 그날그날 사다 먹느라 시장을 일주일에 3번 이상 다녔는데.
하루는 내가 야채와 과일을 잔뜩 사고 돈을 내려고 하는데 현금이 하나도 없었던 거;;
당황하는 내 얼굴을 보고 다음에 올 때 줘 라고 말하던 Salvador.
잉? 날 뭘 안다고?
그 날, 아니라며 은행에서 바로 찾아다 줬지만
나 사실 완전 감동 먹었다.
해외 사는 것이 처음이라 약간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 때였는데...
그 후로 충성고객이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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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과일을 사러 갔는데 그 당시에 유난히 자주 보이던
혼자 큰 소리로 이야기하시는 할아버지가 가게 앞에 서서 계속 뭐라 뭐라 하시고 계셨다.
그 할아버지는 약간 정신이 이상하셨는데 때만 되면 계속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혼자 중얼거리시며 온 시장을 돌아다니시다 맘에 드는 곳이 있으면 앉아 계셨다. 사람들이 싫어하니 장사에 방해가 되는 건 당연했다.
Salvador랑 맞은편 가게 아저씨가 생각한 방법은ㅋㅋㅋㅋㅋㅋ
가게 앞에 앉아 계시는 할아버지 뒤통수에 에취라고 큰 소리로 재채기하는 척을 하며 분무기로 물을 뿌리더라.
계속 투덜거리며 뭐라 하시던 할아버지가 2-3번 그러니 자리를 뜨시더라.
처음엔 이 장면만 보고 오해하고 이게 뭐지? 라 생각했는데 앞 뒤 사정을 알고 나서는
서로 얼굴 붉힐 일도 없는 귀여운 장난으로 마무리하는 걸 보고 참 따뜻한 사람들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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