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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외국어를 배우면서 드는 생각

by Señora_R 2019.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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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 살 게 되면서 외국어를 이것저것 배우게 된다.
심지어 제대로 문법을 이해하려 하면서 한국어도 다시 조금씩 공부하게 되더라.

내가 여태껏 잘못 쓰고 있던 것들을 알게 될 때의 부끄러움이란... 언어를 배우면서 내가 쓰던 틀린 한국어를 알게 되는 것도 많다.






​수업에서 만나는 선생님마다 학생들에게 하나씩 주의하라고 하는 것들이 있다.
​​
-단어 하나하나를 직역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단어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어 문맥에 따라 달리 봐야 하는데 느낌상으로 하지 않고 곧이곧대로 해석하려고 하면 레벨이 올라갈수록 이해하는 게 힘들어진다

영어 수업 시간에 같은 반에 계속 단어마다 선생님에게 스페인어 해석을 요구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가면 갈수록 문장의 이해나 작문에서 많이 막혀 선생님에게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계속 하나하나 해석하려 들지 말라고.


- ​​이건 특히 아시아인들이 많이 그렇다는데 문법이나 어휘는 아는데 말을 못 한다는 거다.


쉽게 말할 줄은 아는데 아는 걸 다 못 써먹는다는 거. 어학원 선생님도 내게 그 말을 했는데... 언어는 써야 는다며. 그래서 스페인에서 어른들을 위한 중, 고등학교를 다시 다녀봤다. 확실히 쓰니 많이 늘긴 늘더라. 제일 좋은 방법은 스페인 사람들만 있는 곳에서 일을 하는 게 제일 많이 늘 것 같다.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 관한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이나 친구를 만나야 할 듯. ​가벼운 이야기는 언제나 쉬운 단어나 문법으로만 끝나고 만다.


#
언어를 배우다 보니 글쓰기나 말하기도 많이 하게 되는데 이 부분이 내가 제일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한국어로도 글을 잘 못쓰는데 말이다. 내가 하는 생각들을 정확한 단어를 사용해서 정확하게 남에게 전달한다는 게 왜 그리 힘든지.

유럽 자체가 기본적으로 자기 생각을 말하기도 좋아하고 사람들이 이과보다는 문과 쪽으로 더 발달해 있다고 해야 하나? 기본적으로 글을 참 잘 쓰기도 하고 사람들이 많이 중점을 두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솔직히 말해 나도 뒤지고 싶지 않아 잘하고 싶은데 공부처럼 글쓰기를 혼자 해서 좋아지기가 참 힘들다. 많이 써보는 수 밖에 없는 건가? 왕도가 있으면 좋겠다.





#
생각해보면 중고등학교 때부터 스페인어보다 많은 시간 영어를 공부해왔음에도 (중간에 안 했던 텀도 길지만) 오히려 더 짧게 배운 스페인어가 영어보다 편한 건 사실이다. 당연히 스페인에 살고 자주 접해서 그렇겠지마는. 결론은 많이 사용하고 듣고 제일 좋은 건 그날 배운 거 그날 써보는 게 좋다. 한 번 배운 게 두 세 번 들리거나 쓰고 나면 머리에 박혀 버린다. 그리고 상황 상황을 만들어서 그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하는 지 떠올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오늘 하루 나에게 있었던 상황들이어도 좋다.

게다가 ​스페인어를 배우며 영어를 같이 공부하다 보니 도움이 많이 되더라. 스페인어 문법이 이해 안 되면 영어 그에 해당하는 문법을 이해해서 스페인어에 대입하면 되고, 반대엔 경우엔 스페인어로 이해해서 영어에 대입하면 된다. 사실 영어와 스페인어 문법이 다른 부분도 좀 있지만, 한국어에 비하자면 뭐 완전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 상황에 쓰일 문장을 영어, 스페인어 바교해보는 것도 정말 재밌다.

이러다 보니 독일어도 배우게 되더라. 어느 정도 레벨이 되면 슬럼프가 와서 늘지도 않고 공부하기도 싫을 때가 오는데 그때 다른 언어를 배워보면 재충전이 된다. 한 번 라틴어 계열 언어를 배우면 다음 언어 또 그다음 언어는 점점 쉬워진다. 인터넷에서 보게 되는 다국어 구사자들이 이해되더라.

어찌 보면 ​유럽에서 사는 건 여러 언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는 축복과도 같다. 너무 가까이에 다른 언어권 사람들이 살기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제2외국어를 쉽게 써볼 수 있는 환경이다. 조금만 언어에 관심이 있거나 여행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금방 2~3개 국어를 한다. 그런 환경 때문에 나도 나중에 나이 들어서까지 계속 다른 언어들을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스페인어부터 제대로 하고 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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