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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그래서 운동을 하게 됐다.

by Señora_R 2019.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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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 땐 운동과는 담쌓고 살았다.

워낙 땀나는 것도 싫어하고 유연성도 많이 떨어지고 몸으로 하는 건 뭐든 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했던 것이 한 번 꽂혀서 앱과 함께 집에서 복근 운동 11자 복근을 만들고 나서는 흐지부지해져서 다시 그냥 배로 돌아왔고, 잠깐잠깐 했었던 요가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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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 온 후로는 처음에는 어학원 때문에 운동을 시작한 것 같다.

2014년 1월에 말라가에 와서 집을 센트로(시내 중심가)에 구하고 어학원은 Perdregalejo(뻬드레갈레호)라고 5km 정도 떨어진 곳에 구했는데 그 이유는 어학원 근처에 살기에는 시내와 너무 떨어져 있어서였다. 그런 이유로 어학원 다닐 동안은 왕복 10km를 매일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운동량이 꽤 되더라.
오빠는 자전거로 미대륙을 여행해 본 경험이 있어 아무렇지 않던데 난 어렸을 때 자전거를 동네에서 타고 다닌 거 외엔 이런 장거리를 매일 다니는 건 처음이었다.

초반엔 근육통으로 꽤 고생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온몸이 뻐근하고, 평온하게 잘 자리 잡고 있던 근육들을 온통 흔들어 깨운 느낌이랄까? 가끔은 꾀병인 듯 취급하고 오빠가 밉기도 했다. 5km를 한 번에 가는 게 힘들어 중간중간 쉬면서 다니기도 했고... 학원에 도착하면 숨을 고르느라 20분간은 거의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자전거로 다니는 길이 해변과 닿아 있어서 해변의 바에서 한 잔씩 자주 마셨다. 목마르고 힘들다가 마시는 맥주는 꿀맛이더라.

그래도 사람이 점점 적응되더라, 종아리 살이 빠지고 엉덩이가 작아졌다 싶더니 셀룰라이트가 쫙 빠진 거더라.
이 때 살짝 운동의 효과를 느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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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어학원을 알게 된 이후로는 더는 멀리까지 다닐 일이 없어졌다. 이후에는 물론 말라가 구석구석을 구경하느라 자전거를 많이 타긴 했지만, 매일 타는 것과는 달랐다.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서쪽 해변을 구경하다가 해변 가까운 공원 내에 있는 짐을 발견했다. 수영장 뷰가 너무 좋아 오빠는 수영을 해야겠다고 했고, 나도 아주 오래전부터 수영이 나에게 잘 맞을 거라는 생각을 해오면서도 수영복을 입는다는 생각에 선뜻 못하던 거라 바로 호응을 했다.

수영은 내 생각대로 나와 정말 잘 맞았다.
역시 초기에는 근육통으로 고생 좀 했고 어느 정도 배우기 전까지는 성인용 풀이 아닌 곳에서 재미없는 과정을 좀 견뎌야 했다.

일단 수영을 배우니 여행을 가서 할 수 있는 게 하나 더 생기더라. 호텔에 수영장이 있어도 별 신경 안 썼는데 이젠 수영장 있는 호텔을 선호하게 됐다. 특히, 부모님과 스위스에 갔을 때 산 중턱에 있던 호텔 수영장의 그 깨끗한 물의 느낌을 잊지 못한다.
코가 싸해지는 느낌. 나중에 우리 동네도 수영장 물갈이를 한 다음 날 그 느낌이 조금 나더라.

비염도 살짝 있고 직업의 특성상 기관지가 많이 안 좋아졌는데 수영을 하면 좀 더러운 이야기지만 코가 아주 많이 나온다.
몸속에 노폐물이 싹 비워지는 느낌이 든다.

전신운동이기 때문에 골반 운동도 돼서 생리통도 좀 덜해지고, 구부정했던 등과 어깨가 펴지더라. 이건 책가방을 메보면 확실히 티가 난다. 가방에 따라 유독 한쪽 가방끈이 흘러내리는데 그게 사라졌다.

무엇보다도 수영하고 난 후에 나른한 느낌이 좋더라.
수영을 시작하니 하지 않은 날은 몸이 찌뿌둥해서 또 가게 된다.






그래서 그렇게 꼼짝하기 싫어하던 나는 운동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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